안녕하세요, 돈선배입니다.
많은 분들이 퇴직금은 매달 적립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이 어떤 유형에 가입되어 있는지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보험사에서 27년 일하면서 퇴직연금 얘기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정작 내 퇴직연금 계좌는 DB형인지 DC형인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아시죠? 내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 원리를 모르면,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남의 말만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퇴직연금의 세 갈래 — DB형, DC형, IRP를 아주 솔직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핵심은 딱 한 줄입니다.
내 돈을 누가 굴리느냐, 그 차이입니다.

퇴직연금, 크게 세 갈래입니다
한 문장으로 잡는 차이 — "운용 주체"
퇴직연금은 크게 두 가지 구조로 시작합니다. 회사 퇴직연금인 DB형과 DC형, 그리고 개인이 만드는 IRP입니다.
세 가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 하나입니다. 적립금을 누가 운용하는가.
DB형(확정급여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합니다. 내가 받을 퇴직급여는 미리 정해진 산식으로 계산되니, 운용이 잘됐든 못됐든 내 수령액이 직접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DC형(확정기여형)은 반대로, 회사는 정해진 부담금을 내 계좌에 넣을 뿐이고 운용은 제가 직접 합니다. 그래서 투자 운용 결과에 따라 받을 퇴직금이 달라집니다.
IRP(개인형퇴직연금)는 개인이 만드는 계좌로,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옮겨 담거나 노후자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데 씁니다. 운용은 DC형처럼 가입자가 직접 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DB형·DC형 중 하나가 적용되고, 회사를 옮기거나 퇴직하면 IRP가 무대에 올라옵니다. 이 흐름을 먼저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DB형 — 회사가 굴리고, 받을 돈이 정해져 있습니다
급여 산식: 계속근로기간 1년당 30일분 평균임금
DB형의 법정 최소 급여는 이렇게 정해집니다.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평균임금 이상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5조, 고용노동부 퇴직연금제도 안내)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간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일 단위 금액입니다. 마지막 월급이 그대로 평균임금이 되는 건 아닙니다. 상여금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제외 기간이 있었는지 같은 세부 요소가 들어갑니다.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퇴직 시 평균임금이 400만원이고 근속기간이 10년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약 4,000만원 수준이 됩니다. 물론 세전 단순 예시이고, 실제 지급액은 회사 규약과 평균임금 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DB형의 장점은 예측 가능성입니다. 운용을 회사가 책임지니 저는 투자 상품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손해를 봐도 회사가 메우고, 잘 굴려도 그 이익이 제 수령액에 직접 얹어지지는 않습니다. 운용의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뜻입니다.
단점은 중도인출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법에서 정한 인출 경로가 따로 없으니, 퇴직할 때까지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받을 돈이 임금 수준에 묶여 있다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임금이 오르면 급여도 오르지만, 임금이 정체되면 퇴직금도 정체됩니다.
보험사에서 일하며 제가 느낀 DB형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었습니다.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것. 바쁜 직장인이 투자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노후 기반은 확보된다는 점에서, 꽤 인간적인 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도 실제 직접 투자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년 임금 인상률이 5% 이상씩 되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DC형 — 회사가 돈을 넣고, 내가 굴립니다
회사 부담금: 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
DC형에서 회사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제 개인 계좌에 납입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0조)
연간 임금총액이 4,800만원이라면, 그해 회사 부담금의 법정 최소 수준은 400만원입니다. 계약 연봉이 아니라 임금총액 기준이니, 성과급·상여금이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계좌에 들어온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전부 제 몫입니다.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에 둘 수도 있고,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운용이 잘되면 퇴직금이 불어나고, 잘못되면 줄어듭니다.
DC형의 장점은 내가 운용의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임금 상승이 정체된 환경이라면, 스스로 운용해서 DB형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가입자가 개인 부담금을 추가로 넣을 수도 있습니다.
단점은 책임도 제 몫이라는 점입니다. 운용을 방치하면 계좌는 그냥 놀고, 물가는 오르고, 실질 가치는 깎입니다. 중도인출은 DB형과 달리 법정 사유와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합니다.
DC형에서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인상률 이상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여부 입니다.
IRP — 퇴직금을 담는 내 개인 계좌입니다
퇴직할 때, 이직할 때의 그릇
IRP는 개인이 만드는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한 계좌에 모아 담는 것입니다.
회사를 옮기거나 퇴직하면 퇴직급여가 발생합니다. 이 돈을 바로 써 버리면 노후 자금이 그만큼 사라집니다. IRP에 옮겨 담으면 연금으로 이어갈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IRP에도 개인부담금을 추가로 넣을 수 있습니다. 연금계좌 전체 합산으로 연 1,8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합니다. 세액공제는 연금저축과 합산해 한도가 정해지는데, 이 부분은 지난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으니 오늘은 넘어가겠습니다.
IRP 역시 운용은 가입자가 직접 합니다. 예금·펀드 같은 상품을 투자 성향에 맞게 구성하면 됩니다. 퇴직연금의 세계에서 "내가 직접 운용하는" 계좌는 DC형과 IRP, 이 두 가지라는 걸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디폴트옵션 — DC형·IRP 가입자의 자동운용 장치
2022년 7월 12일 도입, 2023년 7월 12일 본격 시행
DC형과 IRP에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자동으로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신규 가입 후 2주 넘게 운용 지시를 하지 않거나, 기존 상품 만기 후 일정 기간 방치하면 작동합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원리금보장형과 펀드형(타깃데이트펀드·밸런스드펀드 등)으로 나뉘고, 가입자가 사전에 하나를 골라 둡니다.
이 제도가 나온 이유는 많은 근로자들은 DC형을 선택 후 투자를 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입자가 적립금을 그냥 대기성 자금으로 쌓아 두고 있었는데 이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로, 노후 자산 가치가 실질적으로 깎이는 상황이었죠.
한 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디폴트옵션 상품의 상당수는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에 쏠려 있습니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선택되지만, 장기 수익률 면에서는 아쉬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골랐다고 끝이 아니라, 내가 고른 상품이 내 나이에 맞는지 가끔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뭘 확인해야 할까요
판단의 기준 두 가지
DB형이냐 DC형이냐는 회사의 퇴직연금규약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미 정해진 걸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전환의 기회가 오거나 선택할 수 있을 때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첫째, 임금 전망입니다. 승진·호봉 상승으로 임금이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고 장기근속을 예상한다면, DB형을 유지할 이유가 있습니다. 받을 돈이 임금에 연동되니까요.
둘째, 운용 의지입니다. 금융 상품을 공부하고 계좌를 관리할 의지와 시간이 있다면 DC형이 매력적입니다. 반대로 "나는 투자가 싫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DB형의 예측 가능성이 편합니다.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금이 줄면 평균임금이 줄고, DB형 급여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전환 시점과 회사 규약을 꼼꼼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유형이든 공통으로 해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내 계좌가 지금 어느 유형이고, 적립금이 어떤 상품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이걸 모르고 넘어가는 게 가장 비싼 비용입니다.
돈선배의 정리
오늘의 체크리스트
첫째, 내 회사의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오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사팀에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모른다는 건, 내 돈을 누가 굴리는지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둘째, DC형·IRP 가입자라면 내 계좌의 적립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이라도 내가 고른 게 맞는지, 원리금보장형에만 묶여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봐야 합니다.
셋째, IRP 계좌가 없다면 하나 만들어 두시기 바랍니다. 이직·퇴직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 퇴직금을 담을 그릇을 미리 준비해 두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젊었을 때의 저는 퇴직연금을 "나중에 받을 돈"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근데 아시죠? 노후 준비는 퇴직할 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월급을 받는 지금부터 굴러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퇴직연금 계좌가 DB형인지, DC형인지 알고 계신가요?
투자는 본인의 판단과 책임입니다.
출처 및 확인 기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5조(DB형 급여)·제20조(DC형 부담금), 고용노동부 퇴직연금제도 안내. 디폴트옵션 도입·시행 시점(2022년 7월 12일 도입, 2023년 7월 12일 본격 시행)은 매일경제·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보도와 교차 확인. 금액 계산은 세전 단순 예시이며, 실제 급여·부담금은 회사 퇴직연금규약과 평균임금 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6년 10월 13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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